학미의 세계13/ 2019.11.25


사회의 경향성에 대한 자립

다종다양한 작품들은 자유로운 표현을 추궁한 아동,학생들이 자아낸 <말>이다. 큰 강 흐름에 흘러가는것이<자유>인가. 아니면 흐름에 넘어가지 말고 거스르는것이 <자유>인가.

아동,학생들은 인지과정이 표출되는 유년기를 거쳐 사회성을 익혀간다.  사회의 경향성에 대하여 자립하려고 하는 제작과정은 그들의 정체성의 뿌리가 된다.

도공·미술은 아동,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로 방향을 정하여 제작의 목표로 삼고 있다.

차분하게 구상한 작품, 순식간에 해낸 작품들은 그들을 비추는 거울이면서 보는 측의 자세도 비추고 있다. 

작품을 사이에 두고 경상(鏡像)관계가 성립할 때 감상자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시그널에 공명한다. 중급부,고급부의 은유적 표현이 아로새겨진 작품앞에서  감상자는  작품에 담은 의미를 해독하자고 대치하고 잠시 도취한다. 

학생미술전은 그들의 시그널이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플랫폼이다. 

《돌을 100개 관찰하자》

제45차 재일조선학생미술전 우수상 미나미오사까조선초급학교 초급부5학년(당시)  하태성

 운동장이나 통학길, 어디선가 주운 다양한 모양의 돌을 늘어놓은 컬렉션 <이제까지 줏은 돌>(그림에 씌여진 글자). 

작자에 있어서 돌을 책상에 늘어놓고 빛을 비추어 관찰하는 시간은 탐구심을 자극하는 지복의 한때일것이다.

둥근 돌, 자갈, 찌그러진 돌…컬렉션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 광석처럼 보이는것도 포함되여있다. 동전이나 광석은 다른 사람과 가치척도를 공유할수 있다. 

그러나 동전도 광석도 작자에 의해 가치가 부가된 「돌」로 취급되여

동등하게 다루어진다. 돌을 찾은 기쁨, 설레임, 고양감은 작자만이 얻을수 있는 대가이다.

《교섭》

제43차 재일조선학생미술전 우수상 히가시오사까조선중급학교 중급부3학년(당시) 김항태

노란 부리를 가진 검은 생물과 묵직하게 취한 록색의 생물. 두 생물은 언뜻 보면 서로 마주보고 있는듯하다. 전자는 시선이 맞추기 위해 퇴적물우에 서고 있으나  후자는 머리를 상대편으로 돌리면서도 시선을 피하고 있다. 두 생물을 둘러싼  무수한 테두리, 서로의 주장의 중심에는 쌍방공통의 기호가 그려지고 있다.

합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장면이다. 합의나 타협이나 결렬일까? 립장이 다른 사람과 공통리념을 모색하기 위하여 필요하는 시간은 헛수고가 아니다. 중학생인 작자도 이렇게 다른 사람과 대화를 거듭했을지도 모른다. 

《쫓아가다》 

제45차 재일조선학생미술전람회  금상 오사까조선고급학교 고급부3학년(당시) 림수희

 단숨에 내려갈듯한 질주감이 떠도는 경사, 길을 비추는 불빛. 급경사에 끌려 비탈길을 내려갈수도 있다. 그 비탈길에 씌여진 <정지>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공으로 뻗은 손은 어렴풋이 공기속에 용해하고 시선은 저절로 지상의 소실점으로 끌린다. 시점의 주된 신체는 로상에 있으나 정신은 신체로부터 떨어져 부유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소실점을 따라 정신은 어디를 향할것인가?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은 종횡무진하게 앞을 쫓는다. 

 깊고 중후한 색채로부터 작자의 특유한 분위기가 풍겨온다.

<의문이나 불가사의를 쫓아간다. 전부 리해될때까지. > 작자의 말이다. 

 

재일조선학생미술전람회 중앙심사위원

히가시오사까조선초급학교 / 죠호꾸조선초급학교 / 도공 강사 강정숙